치우 뉴스레터:공예가 릴레이

2016년 8월호

YEJEE_LEE​이예지 인터뷰

YEJEE_LEE이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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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 뉴스레터 2016년 8월호_유리지 공예관

​사이트_http://yoolizzycraftmuseum.org/wp/archives/4320

인터뷰 중_

작가님과 작업에 대해 소개부탁 드려요.

때론 즐겁고 흥분된 상태로, 때론 압박감 속에 머리와 손을 움직이고 있는 장신구작가입니다. 대학원을 졸업한지 2년 조금 더 지났고, 가죽과 금속을 암수로 이루어진 철금형을 이용해 프레스로 찍어내는 방식을 활용한 장신구를 만들고 있습니다.

독일 포르츠하임 교환학생 시절에 들었던 수업을 통해 처음으로 프레스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장신구 관련 공방과 산업이 발달했던 포르츠하임의 장신구 박물관에서 기계화, 산업화가 시작되던 시기에 사용되었던 프레스 기계와 금형을 활용하여 현대 장신구를 만드는 수업이었어요.

당시 실험을 하면서 가죽과 금속을 프레스로 찍어냈을 때, 그 둘이 오밀조밀한 금형의 문양에 의해 서로 밀리고 압착되는 모습,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연의 효과에 흥미를 느꼈어요. 동일한 방식과 틀로 찍어낸 형태 속에서도 서로 구별되는 독특한 조형성을 나타내는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

프레스기계와 철금형은 대량생산을 위해 생겨난 것이지만 그것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독창성을 보여주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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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어전공자라고 들었을 때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장신구 작가가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언어가 좋아서 대학에서 영어, 중국어, 독일어를 조금씩 배우고 그 중 독일 문학과 음악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해 주시던 독일인 교수님과 독일어가 좋아 전공으로 선택했어요. 그러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을 즐겨 하곤 했죠. 가장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기 싫어 요리조리 피해 왔지만, 대학 때 집에서 혼자 만든 장신구를 사람들에게 판매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내가 만든 것을 사람들이 대가를 지불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신기한 광경을 보면서, 보다 독특한 장신구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정식 교육기관을 통해 대학원을 진학하였고, 자연스레 지금까지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작업에서 절제와 자유분방함이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작업을 풀어가는 방법이나 영감을 얻는 요소는 무엇인지 이야기 해주세요.

절제와 자유분방함이 공존하는 작업이라… 신기하네요!. 좋든 싫든 평소에 제가 살아가는 모습이 양쪽을 비교적 극단적으로 오간다고 여겨왔거든요. 몇 가지를 동시에 잘 못하는 성격이에요. 가령 일정 시기 동안 만들 것에 대한 생각과 행위만을 하고 그 외의 것들은 저도 모르게 절제를 하게 되요. 그러다 지치면 작업과 관련이 없는 일들로 몇 시간 혹은 며칠을 채워나가죠. 그러면 금새 또 작업 생각이 들거든요. 이런 생활의 양식 속에서 작업이 막히고 풀림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며 작업에 대한 욕구를 유지하고 있어요.

영감은 주로 연상을 통해 얻어요. 길을 걷거나 차로 이동을 할 때, 눈에 보이거나 문뜩 떠오른 요소(형태, 단어 등)와 연관된 다른 형태, 다른 단어들을 머릿속에서 나열해 보는 거죠. 그리고 그것을 내 작업요소와 연관시켜 보기도 하고요. 제 작업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양을 다시 떠올리기도 해요. 머리로 재조합 해보고 절단도 해보고 눈 앞에 보이는 다른 형태와 조합해보기도 하며 아직 발견 못한 형상이 있을까 고민해보죠. 그리고 수첩에 간단히 적거나 그려둬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할 때 거기서부터 시작을 하는 거에요.

'금속’과 ‘가죽’을 혼합하여 주재료로 사용하시는데요. 그들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금속에 흥미가 있어서 금속공예를 택한 것이 아니었어요. 장신구가 좋은데 금속과 떼어낼 수 없는 관계 때문에 배우게 된 것이라 금속은 저에게 낯설고 어려운 존재였고, 가죽은 관련 사업을 하신 부모님으로 인해 어릴 적부터 익숙한 물질이었죠.

이 둘은 질기고 늘어나는 성질이 있어 금형을 활용하여 프레스로 찍어내기에 적합한 재료이면서도 기본적으로는 정반대의 성질을 가지고 있죠. 이렇게 저에게 정서적, 물질적으로 대비되는 두 물질을 하나의 작업으로 창작해 낸다는 것에 매력을 느껴요.

두 재료를 프레스작업에 함께 사용하면서 특별한 애착이 없던 금속을 다시 보게 되었어요. 유연하면서 질기고 색의 사용이 자유로운 가죽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프레스를 하고 난 금속이 물리적인 단단함과 시각적인 효과를 더해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이 둘의 개성이 드러나면서도 잘 어우러지는 작업, 그리고 각각의 특성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작업 모두 계속해서 해나가고 싶어요.

작업 이외에 작가님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여행과 음악. 세계일주가 꿈이었던 어머니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네팔, 피지아일랜드 등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였는데, 장신구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여행을 통해서였어요. 여행지에서 나 혹은 내가 속한 사회와 다른 점을 발견하길 좋아했는데, 나라마다의 특색과 문화가 담겨있는 장신구들이 신기해서 하나, 둘 모으곤 했어요. 그러면서 나도 나만의 배경과 문화가 들어간 장신구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여행은 평소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것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내 시간과 내 몸, 내 마음을 자유로이 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여행 후 돌아갈 곳을 기대하는 마음도 좋아요.

음악은… 특히 클래식 독주 혹은 소수가 연주하는 공연을 갔을 때 몸과 마음이 환기됨을 느낍니다. 연주자의 연주 소리는 물론 표정과 몸짓을 통해 그간의 연습 과정과 곡에 대한 감상을 끌어내는 광경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 안에 함께 있으면 평안해지면서 동시에 내 일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켜 주죠.

작가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끊임없이 생각하기와 작업을 알릴 수 있는 준비. 작가는 일차적으로 머리가 쉬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어떨 때는 머리가 쉴 수 없음에 지쳐 일부러 생각을 하지 않으려 방치해보지만 그럴 때 마다 작업이 정체됨을 느끼곤 하죠. ‘자 이제부터 생각하자’가 아닌, ‘습관화된 생각하기’요.

요즘 들어서 내 작업을 효과적으로 잘 알릴 수 있는 적극성의 중요함을 느껴요. 언어를 통한 효과적인 내용 전달이나 외국어 구사능력, 또는 적절한 시각이미지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작업을 알릴 수 있는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작업방향과 앞으로 계획에 대해 이야기 해주세요.

지금까지 해오던 작업의 맥락에서 형태와 재료적 측면에서 변화를 주어 이어나갈 생각이에요. 그와 동시에 단체전 등을 통해 하던 작업의 주제와 재료에서 벗어나 어떠한 새 주제에 충실한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그러면 현재 장신구를 바라보는 고정관념과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9월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JOYA 장신구 박람회를 앞두고 있어요. 논문 이후 여러 전시와 박람회를 준비하면서 개인전의 필요성을 못 느껴왔는데, 이제는 작업의 발전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는 판단이 들어 계획해 보려 하고 있습니다.